여성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펨테크 기업 '티읕'의 남매 대표를 만나다
펨테크(Femtech)란 여성(Female)과 기술(tech)을 합친 말로 여성의 삶 전반에 초점을 맞춘 기업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생리컵, 생리용 속옷, 여성 건강제, 콘돔 등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 기술이다. 한국 펨테크의 창업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남성 창업의 불모지인 팸테크 창업에 뛰어든 ‘티읕’의 공동대표자 남매 윤송이(38·여), 윤태준(36·남)씨를 만났다.
기업 티읕의 이름은 첫 아이디어를 제공한 윤태준 공동대표자 이름의 초성에서 따왔다. 티읕은 설립부터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했다. 기업명에 한글 초성을 내세워 한국의 기업임을 알 수 있길 바랐다.
윤태준씨는 2016년 2월부터 에티오피아에서 여성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연구원으로 1년 간 활동했다. 여성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뛰어든 현장에서는 에티오피아 여성들의 참담한 월경 용품 실태를 마주했다. “나뭇잎, 심지어 진흙으로 생리대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윤태준씨는 2017년, 경제적 이유로 일회용 생리대 대신 깔창과 휴지를 생리대를 사용하는 청소년을 보며 한국의 값비싼 생리대를 다시 체감했다. 이에 이어 생리대 속 유해 물질 의혹이 일자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에 그는 재사용이 가능해 경제적이며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생리컵을 떠올렸다.
남자 혼자 여성용품 사업에 뛰어 들었기에 제품의 테스트 면에서 어려움이 컸다. 실사용을 통한 개선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태준씨는 누나 윤송이씨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윤송이씨는 남성이 여성을 위한 제품인 생리컵을 생각해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기업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생리통으로 고생하던 윤송이씨는 “여성용품 사업을 통해 그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티읕은 자체 실험단 20명을 모집해 1년 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단 90% 이상이 만족할 때까지 수정을 거듭했다. 1년 간 테스트 끝에 탄생한 ‘티읕컵’은 한국 여성의 신체 구조를 고려해, 기존 벨타입의 편안한 착용감과 볼타입의 고용량 장점을 결합해 만든 제품이다.
티읕컵은 최적의 경도를 갖췄다. 윤송이씨는 기존 생리컵에 대해 “과하게 딱딱할 경우 몸에 부담감을 줄 수 있고, 과하게 부드러울 경우 혈이 흘러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티읕컵은 적정한 경도로 제작돼, 생리컵 입문자와 숙련자 모두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고심 끝에 탄생한 생리컵이지만 처음부터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창업 초기 유튜브에 티읕 홍보 영상을 올리면 남성이 여성용품을 만든다는 이유로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윤태준씨는 “창업하고 3~4년 동안은 뒤에 숨어있었다”고 말했다.
윤태준씨가 세상 앞에 서게 된 건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치를 인정한 후부터다. “티읕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며 팬이 된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니 숨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공동 대표가 남성이라는 점에서 비난받기도 했지만, 티읕은 오히려 ‘남녀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기업’이라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았다. 남자라는 이유로 여성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이기 때문에 여성의 불편함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윤태준씨의 생각이다. 그는 “여성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그리고 양성평등을 위해 티읕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쪽 성별만이 젠더 갈등과 성차별을 해결할 순 없어요. 올바른 페미니즘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윤태준씨는 “남성으로서 양성평등을 외쳐야 할 책임이 있다”며 “티읕을 통해 사회적 갈등 해결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티읕의 사업적 목표는 우먼 웰니스 기업 1위이다. 현재 한국의 펨테크는 여성 위생용품에 국한된다. 티읕은 위생용품에서 더 나아가 여성의 삶 전반을 위한 교육, 패션 등의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자 한다.
출처 : 이대학보(https://inews.ewha.ac.kr)